2008년 07월 17일
[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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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애니로 보셨어도 보는데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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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즈는 유키토에게 다가가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에? 유키토 씨, 사람을 찾고 있었어?”
사람을 찾는다고 하기에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지만 유키토는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긍정했다.
“으응.”
“그 사람은 하늘에 있어?”
“그래.”
미스즈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풍성한 흰 구름이 가을보다 푸르러 보이는 하늘을 떠다니고 있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그래서 비현실적인 아름다움마저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아유도 그 아름다움에 이끌리는 듯 미스즈의 옆에서 함께 같은 곳을 바라봤다. 나란히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낭만파 소녀 두 명을 바라보던 유키토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 하늘 저편에는, 날개를 가진 소녀가 있다.
-그것은 아주 옛날부터,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같은 대기 속에서, 날개를 펴고 바람을 받으며 하늘을 날고 있다.
-계속해서
-반복해서
슬픔, 반복되는 슬픔.
유키토는 눈을 찡그렸다. 방금 전의 그 기분은 뭔가 달랐다. 오늘따라 자꾸 이상한 느낌이 든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하다.
‘뭐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뭔가 이상했다. 방금 떠오른 이야기는 지금은 없는 어머니에게서 들었던 이야기다. 꽤나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이상할 것이 없었다.
‘그래, 어머니가 <사라진> 후에.’
인형과 더불어 쫓아온 이야기. 유키토라는 존재의 삶의 목적. 그 동안 간직해온 그 이야기의 인상에는 이런 슬픔은 없었다. 아니, 슬픔의 이미지는 있지만 뭔가 다르다. 망상 같은 것이 아니다. 생각해야만…
‘잠깐…….’
유키토는 순간 또 다른 기억의 오류를 떠올렸다.
‘잠깐만, <사라져>?’
뭔가 엉키는 느낌. 뭔가 어색함이 느껴졌다. 주변의 모든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전력을 다해 생각했다. 뭔가 중요한 것, 아주 중요한 것을 놓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저기, 그 애는 날개를 가지고 있어?”
미스즈의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그 모든 상념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원래 없었다는 듯이. 유키토는 당혹감 속에서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어? 아, 아. 응.”
미스즈는 유키토의 이상한 상태는 모르는 듯 밝은 얼굴로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양손을 쭉 뻗어 하늘을 향하며 말했다.
“멋지다. 나도 가지고 싶어~”
그러더니 갑자기 미스즈는 아유의 손을 잡아 일으키곤 제방 밑으로 뛰어내렸다.
“우, 우긋?”
한참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가라앉히던 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미스즈의 손에 이끌려 제방 밑을 빙글빙글 돌았다. 날개처럼 양 팔과 손을 쫘악 펴고선 빙글빙글 도는 두 소녀(한 소녀는 일방적으로 붙잡혀 회전하고 있지만)의 모습에 유키토는 가볍게 쓴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은 소녀들의 회전이 계속됨에 따라서 서서히 미소로 변해갔다. 소녀들은 그 부드러운 시선을 받으며 뛰어다녔다. 넘어질 법도 한데 용케 넘어지지 않았다.
“후아, 후아.”
한동안 계속해서 뛰던 미스즈는 헉헉대면서 다시 제방위로 올라왔다. 아침이긴 했지만 여름은 충분한 열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뛰어다닌 미스즈의 뺨에 땀을 흐르게 만들었다. 아유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땀을 흘리고 있었다. 미스즈는 무릎을 짚고 숨을 고르며 아쉬움에 가득 차 말했다.
“하아, 역시 날개가 없으면 날 수 없어.”
그래도 실컷 달린 게 기분은 좋은지 웃는 얼굴이었다. 유키토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하아, 그런데 날개가 있어도 날 수 없어.”
“응?”
미스즈는 손가락으로 아유의 가방을 가리켰다. 그 가방에 달린 날개가 아유가 숨을 고를 때마다 조금씩 파닥이고 있었다.
“쿨럭.”
“우그~”
유키토는 아무래도 이 소녀의 페이스를 따라가는 일은 힘들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상식적인 이야기를 꺼내봤다.
“그렇게 하늘을 날고 싶으면 비행기라도 타지 그래?”
“으으응. 그거랑은 달라. 직접 바람을 가르고 나는 것과는 달라.”
유키토는 뭐가 차이 나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그걸 입으려 꺼내려하니 왠지 그 말도 맞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말로는 따라가기 힘들다고 하면서도 어느새 적응된 모양이었다.
“그럴지도.”
“니하핫, 그렇지?”
“…응.”
그리고 또 한동안 세 사람은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땀이 식어간다. 몸이 진정된다. 아유는 그와 동시에 잠깐 눌려 있던 괴로운 마음이 다시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저기, 미스즈.”
“응?”
이 마음을 품은 채로는 그녀 옆에 있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조금이라도 진정해야만…….
“나, 마을 좀 둘러보고 올게. 저녁까진 들어올 테니까!”
그리고 아유는 달려갔다. 아유는 왠지 지금 미스즈를 똑바로 쳐다보면 울어버릴 것 같았다. 그래서 일부러 더 뛰었다. 뒤에서 미스즈가 뭐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만 들리지 않았다. 뛰었다.
“…아, 안내라면 이따가 나랑 같이! …와, 빨라. 벌써 가버렸어. 가, 가오.”
뽀각.
갑작스럽게 미스즈의 머리로 유키토의 꿀밤이 떨어졌다.
“아파. 왜 때리는 걸까나?”
“부탁받았어.”
“하아… 그런 부탁 안 들어도 괜찮은데. 그런데 아유가 왜 저러지?”
“도망가는 것 같구만. 뭐라도 훔쳐가나?”
대충 찍은 것이지만, 정답이었다.
“유키토 씨, 의심은 나빠. 그리고 아유 짐, 아직 집에 있는데?”
유키토에게 말하고 나서 미스즈는 고개를 갸웃했다. 아유와 미스즈가 만났을 때, 아유는 등에 맨 날개가방 말고도 가방이 하나 더 있었다. 그리고 크기로 봐서 그쪽에 여행용 물품이나 옷이 다 들어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아유에겐 그 가방이 없었다. 그러니 아유가 떠나려고 저러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그렇다고 미스즈의 집으로 짐을 가지러 가는 것도 아니었다. 아유가 뛰어간 방향은 미스즈의 집으로 가는 방향이 아니었으니까. 궁금증은 해소되지 않았지만, 그녀의 집으로 가지 않았다는 점은 일단 미스즈를 안심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냐.”
“음~”
미스즈는 팔짱을 끼고 고민했다. 비록 아유가 벌써 떠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 행동의 이유는 전혀 모르니 궁금하긴 했다. 입술을 삐쭉 내민 채 진지한 것처럼 보이려는 모습이 귀엽다.
“정 궁금하면 뒷조사라도 해보던가. 미행이라던가, 많잖아?”
“왓, 안 돼. 그런 짓.”
“안될게 뭐가 있냐?”
“안 돼, 안 돼. 친구에게 그런 일 하는 거 아냐.”
유키토는 재빨리 그녀의 말을 맞받아쳤다.
“누가 친구냐.”
물론 미스즈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유키토 씨랑 나랑 아유랑.”
“하아~ 아니라고.”
미스즈는 그 말을 무시하고 활짝 웃었다.
“그러니까 안돼요~ 친구가 곤란하다고 먼저 말해오면, 그 때 도와주는 게 사이좋은 거. 와앗! 벌써 이런 시간. 나, 갔다 올게. 유키토 씨, 좀 있다 봐~”
미스즈는 급하게 달려 나갔다. 그녀는 달리다가 살짝 뒤돌아봤다. 성의 없어 보이면서도 유키토가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자신도 손을 흔들고는 다시 달려간다. 그리고 미스즈는 작게 중얼거렸다.
“누구나, 누구나 숨기고 싶어 하는 게 있어. 유키토 씨. 나도… 나도 그래.”
유키토는 미스즈가 학교로 들어가는 것을 보고는 고개를 돌렸다. 이제는 자신의 일을 할 시간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어디로 가야 손님이 잔뜩 있는 걸까. 어디로 가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 반대쪽은 그저 바다만 끝없이 펼쳐져 있을 뿐, 관광지라던가 해수욕장이 아니니 사람은 별로 없…지 않았다.
“뭐야, 저 녀석들은.”
극도로 성비율이 어긋난 일행이었다. 전원 여성. 손님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인가…….”
대부분 그 정도는 되어 보였다. 경험상 고등학생들은 더 돈이 안됐다. 재잘재잘대고 호들갑떨며 구경하고는 돈을 안주거나, 아예 이쪽에 관심이 없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저긴 파라솔 하나 없는 땡볕이라구. 더운 건 싫어.”
게다가 저 여자애들을 빼면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미래를 내다봤을 때 저쪽에 다가가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유키토는 저쪽은 무시하고 마을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작은 마을이라도 상점가 정도는 있을 것이다. 거기라면 돈이 될 만한 손님이 있으리라.
“그나저나 대단한 녀석들이군. 덥지도 않나.”
유키토는 미련 없이 고개를 돌렸다.
“뭐, 나랑 아무 상관없는 녀석들이니. 자, 가보실까?”
결론부터 말하면,
상관있었다.
‘덥다. 덥다. 정말 덥다.’
물밖에 나와 말라비틀어져가는 올챙이 꼴이 되어버린 남자가 널브러져있었다. 그는 오래되어 여기저기가 반질반질한 평상 위에서 누운 채 작은 구멍가게의 지붕이 제공하는 그늘에 의해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바로 떠돌이 인형사 (순정파) 쿠니사키 유키토였다.
“그런데 이대로는 떠돌이가 아니게 되어버릴지도.”
메마른 목소리가 애절한 느낌마저 풀풀 풍기고 있었다. 그가 이런 꼴이 된 건 인형극을 보고 돈을 주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좀 더 근본적으로 말하면 애초에 사람 자체가 없었다. 상점가가 있을 법한 곳으로 가려고 왔던 길을 되돌아오다가 지쳐버렸다. 그래서 일단 눈에 보이는 이 작은 상점에서 인형극을 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나가는 사람도 없고, 햇볕만 더 강해졌을 뿐이었다. 완전히 지쳐버린 유키토는 인형을 더 움직이는 것도 포기하고 멍하니 하늘을 쳐다봤다.
‘하늘이 맑군.’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멍하니 있는 그를 지나치는 두 소녀가 있었다. 눈에 불을 켜고 그 손님을 잡아야 할 순간이었지만 완전히 진이 빠져버린 그는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소녀들의 목소리가 가게 안에서 들려왔다. 워낙 작은 가게라 목소리는 아주 선명하게 들렸다.
“언니 난 이 바닐라로.”
“하아, 역시나 바닐라구나? 게다가 또 떠먹는 거?”
동전이 잘그락. 그리고 이어지는 무언가 벗기는 소리.
“으응~ 정말로 맛있어.”
“확실히, 아이스크림은 여름에 먹어야 제 맛이지. 그래, 그 때보다 맛있을 거야.”
뭔가 마지막 목소리에 다른 의미가 담긴 듯한 기이한 어조였지만, 유키토의 뇌는 모든 것을 필터링하고 단 하나의 단어를 처리하는데 모든 여력을 쏟아 부었다. 유키토의 이성에 한 단어가 들어온다.
‘아이스크림.’
그러자 노곤죽죽 내려 녹아가며 기능이 마비되던 이성이 정상작동하기 시작했다.
‘먹고 싶다.’
다만 살아남는데 중요한 요소인 본능이 더 강하게 작동된 모양이지만.
그 본능에 지배당하고 있는 그는 멍하니 아이스크림을 바라봤다. 곱실거리는 머리카락의 활달해 보이는 소녀가 호쾌하게 베어 먹고 있는 푸른색의 아이스 바가 엄청 맛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시원하겠지?’
그 뒤에 단발머리의 소녀가 스푼으로 떠먹고 있는 연한 노란색의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죽여주겠지? 감동이겠지?’
행복한 표정, 특히 한 입 떠먹을 때마다 보이는 미소를 보니 얼마나 맛있을지 상상하게 된다. 유키토의 입안에 군침이 돌았다. 그리고 얼마나 먹고 싶었기에 그 군침이 약간 흘러내리기까지 했다. 아이스크림을 먹고픈 욕망에 가득 찬 적절한 얼굴. 다만 그 군침 흘리는 표정은 다른 의미로 오해받기에도 적절했다.
“으앗, 이 사람 뭐야?”
“이런 사람 싫어요.”
유키토는 그 싸늘한 시선에 정신을 차렸다. 이성이 본능을 억누른 것이다.
‘큭, 어떻게 얼버무리지? 이대로 변태로 오인 받을 수는 없어!’
마땅한 변명거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긴장감에 인형을 잡은 손이 부들거렸다. 잘 생각해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 전의 일행 중에 있던 소녀들이다. 뭐, 지금 그걸 신경 쓸 때는 아니었지만.
‘떠올려라, 아이디어를 창조해라 쿠니사키 유키토! 이 대답에 네가 변태의 길을 걷느냐 아니냐가 결정되는 거다!’
살짝 시선을 옮겨보니 여전히 두 소녀가 그를 보고 있었다. 마치 그의 대답을 기다리는 것만 같았다.
‘아니, 경계인가?’
짝!
“앗, 유키토 씨 발견! 너무해!”
소녀의 쾌활한 목소리와 함께 작은 손바닥이 유키토의 등을 때렸다.
“컥!”
무방비 상태인 데다 땀 때문에 옷이 달라붙은 상태여서 꽤 아팠다. 게다가 방금 전까지 축 늘어져있을 정도로 힘이 없었기에 더 아픈 것처럼 느껴졌다. 미스즈는 그러한 그의 상태 따위는 가볍게 무시하고 토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해, 나랑은 안 놀아주려고 했으면서 다른 애들이랑 놀고 있어~”
어린애 투정 같았다. 유키토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에서도 도대체 아까 전까지의 장면을 어떻게 해석하면 노는 것으로 보이는 건지 의문이 가졌다. 그것은 두 소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엣? 우리 놀고 있는 거야?”
“이해가 힘들어요.”
미스즈는 그 의문에 흔쾌히 답을 내놓았다.
“눈싸움 아니야?”
“아니다!”
곧바로 유키토는 소리를 버럭 지르며 일어났다.
“니하핫, 유키토 씨 신경과민이야.”
“그러니까 이건 눈싸움 같은 게 아니라…”
‘뭐라고 하지?’
순간 그의 인형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라면 질식사할 정도로 꽉 쥐어진 상태였다. 평소 같으면 소중한 파트너를 그렇게 다루지 않겠지만, 지금은 그런 것도 다 잊었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으니까. 유키토는 머리위에 전구가 켜지는 느낌이 무엇인지를 이해했다. 그는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로 말했다.
“…이건 일이다.”
“일?”
“유괴?”
“와아, 유키토 씨 유괴범?”
“쿨럭.”
쿠니사키 유키토. The 유괴범.
“아니야!”
또다시 소리를 지르고는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보다 무거운 한숨이 정말 땅이라도 내려앉힐 듯했다. 말로는 더 이상 안 될 것 같아 그는 말없이 인형을 평상 위에 올려놓았다. 쥐어짜져 약간 찌그러지고 땀도 약간 베어든 터라 정말 볼품 없었다. 그걸 본 미스즈가 인형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와, 저번의 인형이다.”
“잘 보라고.”
그는 명예회복을 위해 지친 몸에서 힘을 쥐어짜내며 인형에 정신을 집중했다. 필사적으로 노력해서인지 인형은 단박에 벌떡 일어났다.
“와!”
“어라?”
“와아―”
세 소녀의 감탄사에 유키토는 고개를 쳐들고 승자의 미소를 지어보였다.
“훗, 어떠냐?”
우쭐함이 극에 달한 유키토의 마음을 담은 인형은 당당한 보무로 평상 위를 걸어갔다. 원을 그리며 돌고 또 돌며 행진을 한다. 시오리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인형의 머리 위를 휙휙 저어봤다. 물론 아무것도 손에 걸리지 않았다.
“후후후, 줄 따위는 없다.”
“신기하네요.”
“그렇지?”
“응, 정말 신기해. 유키토 씨 대단해.”
“우하하핫!”
물론 이 타이밍에서 태클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카오리의 냉혹한 인형극 평가가 떨어졌다.
“어이, 그런데 이게 전부? 그냥 걷고 있을 뿐이잖아.”
“…….”
스르륵. 털썩.
“왓, 인형 쓰러졌다.”
유키토는 인형과 똑같은 자세로 쓰러졌다. 그러나 카오리에게 자비심이란 없었다.
“신기하기는 한데 말이야, 이게 일이라고? 정말 이런 걷기만 하는 인형극으로 먹고 산거야? 애들에게는 별 인기 없었겠는데?”
“크윽!”
“와앗! 유키토 씨 심장마비??”
유키토는 심장마비는 아니었지만 그에 준하는 심적 충격으로 가슴을 부여잡고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어째서인지 인형까지 똑같은 포즈로 부들부들거렸다. 크고 작은 것이 똑같은 포즈로 덜덜덜. 카오리가 그 모습을 보고는 웃었다.
“푸하하, 이건 좀 웃기네.”
“기, 기쁘지 않아.”
카오리가 다 먹은 아이스바의 손잡이를 유키토에게 건넸다.
“돈은 없고, 마지막은 웃겼으니까 이걸로 대신하지.”
“…이봐, 이 나무 막대의 용도는?”
카오리는 미스즈와 같이 손가락으로 쓰러진 인형의 이곳저곳을 찌르고 있던 시오리의 손을 잡았다. 시오리를 일으켜 그대로 달려 나가며 그녀가 외쳤다.
“막대기 끝을 잘 살펴보라고! 가자, 시오리. 시간 다 되간다.”
“왓, 왓~ 언니, 조금만 천천히 가~”
망연자실하게 두 소녀가 작아지던 모습의 유키토에게 미스즈가 다가왔다. 그리고 유키토의 손에 덩그러니 놓인 막대를 집어 들었다. 막대의 끝에 ‘당첨! 하나 더!’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미스즈가 그것을 유키토에게 보여주자 흐리멍덩하던 유키토의 눈에서 광채가 번쩍였다.
“당첨인 건가!?”
“니하핫.”
유키토는 그 막대를 전설의 보검처럼 들고서 정면의 타케다 상회로 들어갔다. 그리고 몇 초 후 아까와 똑같은 자세를 취하며 절망했다.
“이벤트 기간이 지났다니, 그것도! 그것도! 어제까지였는가아아아아아아-!!!!”
“…니하핫. 유키토 씨 기운내.”
토닥이는 미스즈의 손길이 도리어 유키토에겐 슬프기 그지없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아, 아이스 바.”
“아, 나도 인형극 봤으니까 답례로 시원한 거 사줄게.”
탁탁탁.
삑.
덜컹.
탁탁탁.
“자.”
-도로리노코 복숭아 맛-
“어째서냐―!”
날아갔다.
“와앗, 유키토 씨 너무햇.”
유키토는 머리를 부여잡고 울부짖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란 말이다!”
미스즈는 날아간 그 수상한 주스를 가지고 돌아와 유키토의 뺨에 가져다 댔다. 방금 자판기에서 나온 주스의 시원한 냉기가 유키토의 뺨을 식혀줬다. 미스즈가 약간 머뭇거리며 그리고 동시에 미소 짓고 있는 애매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마셔줘. 맛있어. 그리고 인형극 본 답례하고 싶고, 그리고, 에, 그리고, 아유 찾으러 가려면 좀 시원한 거 마셔두는 게 좋을 거야.”
정말로 유키토가 그것을 마셔주길 바라기에 미스즈는 최선을 다해 이유를 생각해냈다. 유키토는 온 힘을 다한 그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하늘을 올려다보니 햇살이 강했다.
“그거 정말 적절한 협박이군.”
“니하핫~”
손을 뻗어 주스를 받아든다. 시원한 냉기가 아직 남아있다.
“마실 순 없어도, 먹을 순 있겠지.”
“응! 그거면 충분해.”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미스즈는 해바라기같이 활짝 웃으며 유키토 옆에 섰다. 한 사람은 주스를 마시고, 한 사람은 주스를 먹는다. 똑같은 일을 하며 두 사람이 함께 태양 아래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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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17 21:35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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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전야??이제 곧 수라장??으으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