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18

전편보기

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애니로 보셨어도 보는데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

☆★☆★☆★☆★☆★☆★☆★☆★☆★☆★☆★☆★☆★☆★☆★☆★☆★☆★☆★☆★☆★


“까마귀 만지고 올게.”
유키토는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맘대로 해.”
탁탁탁…
미스즈는 처음 몇 걸음은 살금살금 걸었다. 그러다가 과연 만지려는 생각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경쾌하게 까마귀에게 달려갔다.
‘저래선 날아가 버리겠군.’
유키토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미스즈의 움직임이 멈췄다. 물론 까마귀는 미스즈가 달리기 시작하자마자 날아올랐다.
“아, 아유다. 아유~”
미스즈가 아유를 발견해서였다. 유키토는 고개를 돌렸다.
“저 녀석, 잘 달리는데?”
작은 몸집에 비해 엄청나게 빨랐다. 소매치기로 일해도 무리 없을 듯했다. 아니, 뭐에 쫒기는 듯한 모습이 정말 뭔가 훔치고 도망가는 중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되게 다급해 보이는데…….”
“…마려운건가?”
아유는 고개를 숙인채로 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미스즈의 목소리도 듣지 못했는지 자신이 달리는 쪽에 유키토와 미스즈가 있는 걸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엄청난 속도로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올 뿐이었다. 문득 유키토는 불안감이 들었다. 불안감은 적중했다. 하지만 늦어버렸다. 아차 하는 사이에 부딪힐 것만 같은 상황이 돼버렸다. 유키토는 다급하게 외쳤다.
“어이! 멈춰! 안 들리는 거냐!?”
“아유~!”
두 사람의 외침을 그제야 들은 아유가 앞을 바라봤다.
“아?”
아유는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이미 제동거리니 하는 개념은 폐기해야할 거리였다. 유키토는 순간적인 판단력을 발휘해 두 소녀에게 지시를 내렸다.
“큭, 다들 젓가락 쥐는 손 쪽으로 뛰는 거다!”
아유는 기시감을 느꼈지만 그걸 되새길 여유가 없었다. 미스즈가 점점 커진다.
순간, 세 사람은 젓가락을 쥐는 손 방향으로 뛰었다.
쿵!
미스즈와 아유가 충돌했다.
“우긋-”
“가오-”
코믹한 이중성이 여름의 마을 하늘로 울려퍼진다.

토옹, 데굴데굴~

아유는 튕겨져서 바닥에 굴렀다. 다행히도 풀밭이어서 큰 충격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퍽!

“가옷!”
“쿠억!”
(콤보가 연결되었다.)
미스즈에 의해 타격을 입은 유키토는 뜨악한 표정을 지은 채 공중을 날았다. 상당히 높게 날았(?)지만 하늘에 있는 누군가를 만날 정도는 아니었기에 그는 곧 중력에 의해 추락했다.

쿵!

“커헉-”
그는 등줄기로 흐르는 충격에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다행이지 않게도 풀밭이 아니어서 큰 충격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일부 세계에서 적용되는 ‘미소녀 우선의 법칙’이 발동됐다. 즉, 유키토의 다음 임무는 중력에 의한 추락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미스즈의 부상을 방지하기위해 카미오 미스즈 전용 충격흡수 쿠션이 되는 일이었다.
(콤보가 또 연결됐다.)

퍽!

“쿠어어억-!”
세계에 있어 바람직한 일(?)이었지만, 유키토에겐 더할 나위 없는 고통이었다. 어쨌든, 유키토의 그 눈물 나는 희생으로 아무 일 없이 무사히 일어난 미스즈는 유키토의 처참한 모습에 놀랐다.
“왓, 유키토씨, 왓, 가오오오… 와앗…….”
뒤를 돌아보니 아유도 눈이 헤롱헤롱한 상태로 맛이 가 있었다.
“왓, 아유, 우와앗, 가오, 어떡하지, 미스즈 찡 더블핀치!”
미스즈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동안 아까 미스즈가 만지려던 까마귀가 아유의 몸 위에 내려앉고 있었다.
“까옥.”

“큭, 어째서 그 쪽으로 뛰었던 거냐! 네놈은!”
“우긋, 나 왼손잡이…….”
“제, 제기랄-! 내 완벽한 해결책에 그런 맹점이!”
유키토는 거칠게 머리를 긁었다. 모래 몇 알이 빠져나왔다.
“니하하.”
미스즈는 그저 웃었다. 한참을 옷을 터네, 정신을 차리네하며 미적미적하던 세 사람은 교문 앞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미 종도 쳐버린 뒤였기에 교문근처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이미 어지간한 지각생조차 교실에 들어갔을 때였다.
“결국 늦어버렸어요오… 니하핫.”
“우, 우그읏, 미안해. 미스즈.”
미스즈는 웃으며 대답했다.
“으으응. 괜찮아. 하지만 도중에 들어가면 창피하니까… HR때부터 들어가야지~”
아직도 옷에 묻어있는 먼지를 털던 유키토가 어이없어 했다.
“어이, 괜찮겠어? 그렇게 적당적당히 해서?”
미스즈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응… 괜찮다고 생각해. 아무도 걱정안하니까.”
“…….”
유키토는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간적이었기에 그는 그것을 무시해버렸다. 아니, 무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쳐다봤다.
“니하하. 브잇.”
미스즈는 괜스레 손으로 브이 모양을 만들었다. 소리까지 내며 하는 손짓이 정말 어린애 같았다. 그래도 싫지 않았다. 다만 왠지 모르게 그 순박한 웃음을 보자 유키토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래서 그는 고개를 돌렸다.
“?”
아유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봤다.

제방 위에서 미스즈는 바람을 맞고 있었다. 날아갈 것만 같은, 하지만 날 리가 없는 모습. 그래도 계속해서 하늘을 보는 것은 바람이 언젠가 저 위로 데려다 줄 거라고 믿어서일까? 유키토는 그 옆에서 머리카락을 바람에 휘날리는 소녀를 바라보고, 아유는 회색 콘크리트로 된 제방에 걸터앉아 마음속을 정리하고 있었다. 말은 없었다. 바람만이 조용하게 속삭여왔다.
“하아~ 기분 좋아~”
미스즈의 그 한마디만으로 고요함에 활기참이라는 양념이 쳐진 것 같았다. 그런 분위기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면서, 유키토는 미스즈에게 장난스럽게 말을 걸었다.
“여유구만, 너 불량학생이지?”
미스즈의 대답은 빨랐다.
“그런 게 아냐.”
그녀는 붕붕하고 손을 내저었다. 그리곤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뭐, 친구는 적지만 말야. 니하하.”
유키토는 그 말을 듣고서는 먼 바다를 멍하니 바라보는 아유에게 시선을 돌렸다. 잠시 후 그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들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다.
“아니, 착실하게 비슷한 녀석들을 모으고 있는… 잠깐, 그럼 나도 인가!? 이건 자기 무덤 파기잖아!?”
“니하핫, 유키토 씨, 무덤지기?”
유키토는 허둥지둥했다.
“아니야! 아니, 그것보다 말이야,”
유키토는 황급히 화제를 돌렸다.
“미스즈, 처음 만났을 때도 거기서 그렇게 하고 있었지?”
“응.”
그리고 미스즈의 잔잔한 목소리로 이루어진 신비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하늘은 말야, 어렸을 적부터 쭉 상상하고 있었어.”
“어째서?”
“…하늘?”
미스즈는 고개를 조금 가로저었다.
“모르겠어. 단지… 또 한명의 내가, 그곳에 있어…랄까? 그런 기분이 들어서.”
“또 하나의 나…….”
아유는 그 말을 중얼거렸다. 또 하나의 나. 아유의 또 하나의 나는, 아니 진짜 나는 이제 없다. 아니, 그것도 아니다. 어느 나든 진짜 아유다. 그렇다면 그건 역시나 그저 또 하나의 나. 하지만 여전히 복잡하다.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은 미스즈를 지나가며 그 냄새를 머금었다. 그리고 아유와 유키토에게 그 부드러운 향기를 전해줬다. 그 향기가 두 사람의 영혼에 맞닿으며 존재하지 않는 감각이 그것을 느낀다. 아유는 순간 복잡한 마음이 한순간 시원해짐을 느꼈다. 유키토도 뭔지는 모르겠지만 뭔가에 살짝 닿은 기분을 느꼈다.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그런 무언가가 여름에 가득했다.
“그런 건 로맨틱해. 진짜 자신이 하늘에 있다니. 아주 기분이 좋을 것 같아.”
미스즈의 말을 듣고, 아유는 ‘진짜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언제나 꿈을 꾸고 있던,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
계속해서 꿈을 꾸고 있는, 여름 속을 걷는 소녀?
미스즈의 말이 계속됐다.
“계속 바람을 받으며, 끝없이 먼 곳을 바라보고, 땅에 있는 것 같은 거, 모두 조그맣게 보이고… 분명히 아주, 다정한 마음이 될 수 있겠지?”
아유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믿으면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대답했다.
“…응, 분명히.”
아유의 작은 목소리.
“그렇겠지? 니하핫.”
그 대답에 즐거워하는 미스즈의 목소리.
순간, 그것이 멀어진다. 아유의 세상에 환상이 덧씌워졌다.
그때는… 아유가 아유일 때,

작은 아이가 큰 나무 위에서 마음을 바라봤다.
계속 바람을 받으며, 있고 싶었던 곳을 바라봤다. 하지만 있을 수 없어서, 그 곳은 한없이 멀어 보였다.
“아유-”
누군가 소녀를 불렀다. 소녀는 대답했다.
“조금만 더 보고~”
땅에 있는 것 같은 거, 모두 조그맣게 보였다. 그 곳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곳.
시원한 겨울바람 속에서 다정한 마음이 느껴졌다.

아유는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분명히… 다정해질 거야.”

울 것만 같던 미스즈가 떠올랐다.
슬프게 울었던 자신이 떠올랐다.

그건 다른데도
왠지 같다.

나에게는 유이치가…
그렇다면 미스즈에겐…

나는 ‘없지만‘
미스즈는…

그렇다면…

아유는 유키토를 바라봤다.
<다정하게 되게 해줘>

무언가 닿았을까?

유키토는 미스즈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역광 속에서 미스즈는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팔락이는 머리카락이 무수한 빛을 쪼개놓았다. 반짝인다. 여름의 바람이 그 빛을 실어 나르고 있는 듯했다. 그 모습은…
“그렇다면,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또 하나의 너야.”

by 풀잎열매 | 2008/07/16 22:02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6)

트랙백 주소 : http://leafruit.egloos.com/tb/187336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여니 at 2008/07/17 02:45
오늘또한 잘보고 갑니다 ~ - by 핵나 흐무'ㅠ' 흐무'ㅠ'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17 10:34
핵나 님//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나랏미르 at 2008/07/17 11:52
음...카논진영 급전개에 이어 이제는 다시 에어진영 전개로군요.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17 12:04
나랏미르 님// 전개는 좀 왔다갔다 합니다^^;;
Commented by 슈퍼高기사 at 2008/07/17 12:14
날이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풀맆렬매님(?) 의 팬픽입니다. 언제나 잘 보고 있어요!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17 12:15
슈퍼高기사 님// 감사합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