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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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애니로 보셨어도 보는데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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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유키 안녕?”
“안녕하세요, 나유키 언니. 아, 아마노 선배랑 사유리 선배도 안녕하세요.”
마이에게 가던 일행은 카오리와 시오리를 만났다.
“아, 안녕~”
이제는 완치라는 판정을 받은 시오리는 요즘 부쩍 밝은 모습이었고, 카오리는 밝다 못해 톡톡 튀고 있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건 유이치 덕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때문에 두 사람은 그들과는 완전히 반대인 요즘 유이치의 모습을 걱정하고 있었다.
“유이치 선배는 여전히 그런가요?”
나유키는 한숨을 쉬었다.
“응~. 여전히 좀 그래. 평소에는 괜찮은데, 가끔씩 한숨을 팍팍 쉬고… 하아~ 걱정돼.”
카오리가 고개를 저었다. 답답한 표정이었다.
“바보자식, 이젠 기운 좀 차리지. 아유라는 애가 어떤 앤지는 모르지만, 바로 옆에 사모하는 님도 있건만!”
“와앗~!? 카오리, 나 그런 거 아니야. 달라, 달라~ 게다가 유이치, 사실은 아무래도 마코토 쪽을…….”
“마코토? 뭐야, 그 자식 몇 명을…”
“와앗~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아니야~~~”
“수상한데?”
그야말로 자폭이었다. 그나마 마코토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인 미시오는 가볍게 미소만 짓고 있을 뿐, 지원은 전혀 해주지 않았다. 나유키는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카오리는 이미 격침당한 목표에 관심이 없는 듯, 확인사살 대신 다음 목표로 넘어갔다.
“유이치 자식, 나유키말고도 바로 옆에 또…”
“언.니?”
“응?”
“거, 거기까지 만요. 더, 더 이상 말하는 사, 사람은 싫어요.”
“호오, 그런 것 치고는 떨고 있는 것이…?”
“으윽.”
최종보스 카오리에 당한 보스의 동생. 나머지 사람들은 역시나 방관자로 남아있었다. 아니, 방관자인 척하면서 은근히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유리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포격의 방향이 돌아간 틈에 재빨리 퇴각하고 나몰라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유키라고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동료(?)를 구하지 않고 혼자 퇴각한 배신자(?)에게 다시 포구가 돌려졌다.
“뭐, 그건 여기까지 하고, 나유키.”
“힉.”
“자, 이제 마코토라는 애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보실까?”
“아… 그, 그게…….”
“네, 저도 궁금해요.”
역시 배신(?)의 대가는 컸다. 방금 전까지 방어자였던 시오리가 어느새 공격자로 돌변해 있었다.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보이지 않았다. 양 옆의 두 사람은 미미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 그녀를 구원한 것은 사람이 아닌 한 마리 까마귀였다.
“까옥.”
공격자의 시선이 그 소리의 방향으로 돌아갔다.
“와, 이건 뭔가요?”
시오리는 나유키에 대한 공격을 멈추고 사유리의 품에 있는 까마귀에게 다가갔다. 하기야, 사람 품에 얌전히 안겨있는 까마귀라는 것이 꽤나 신기한 것임은 분명하다.
“사실은 말이지…”
나유키가 그동안의 일을 설명해줬다. 제발 이쪽에 신경을 써달라는 듯이 필사적인 설명이었다. 다행이도 그것이 먹혔는지 카오리도 공격을 멈추고 관심을 보였다.
“헤에, 그렇단 말이지? 잘됐다. 심심했는데 같이 가보자.”
“저도 궁금해요.”

“어때 마이?”
마이는 조용히 까마귀를 안고 고갤 숙이고 눈을 감았다. 5쌍의 눈이 깜빡이지도 않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
“까옥?”
갑자기 찾아온 고요함에 당황한 까마귀만이 마이의 손 안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돌렸다. 그래도 날개를 치거나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묘하게 조용한 녀석이었다. 짧은 시간이 지나고, 마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안 돼.”
모두들 당황했다.
“에엣?”
마이는 까마귀의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었다.
“왜 안 되는지는 몰라. 이상해. 하지만…”
“하지만?”
“이 아이를 데려갈 사람이 있어. 곧 그 사람하고 만날 거야.”
시오리가 눈을 반짝였다.
“도대체 어떻게 아는 거예요?”
마이는 그 눈빛 공격에도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 뿐.”
사유리가 덧붙였다.
“아하하, 그런데도 항상 잘 맞는걸 보면 정말 신기해.”
마이는 여전히 눈을 반짝이는 시오리에게 까마귀를 건네줬다. 시오리는 조심조심하며 까마귀를 안았다.
“와…….”
즐거워 보이는 그 모습을 눈물을 머금은 나유키가 지켜보고 있었다. 팔불출 아버지마냥 시오리와 까마귀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카오리는 나유키의 그런 모습을 보곤 나유키에게 동정을 느꼈다.
“불쌍한 녀석.”
“으으~ 너무해에~ 너무해에~”
“그런데, 이 까마귀는 이제 어떡하죠?”
“아,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데려갈 사람이랑 만나기 전까진 돌봐줘야 하겠네요.”
나유키가 단박에 손을 들었다.
“그러면~ 우리 집~ 우리지입~ 1초면 승낙 받을 수 있어!”
마이는 1초 승낙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없이 고민했고, 카오리는 한숨을 쉬었다.
“너 또 눈물 질질 짜려고?”
“으으~ 그래도 삐로도 있는 걸~ 괜찮아~ 견딜 수 있어! 응, 그렇고말고.”
“삐로가 있으니 더 안 돼. 위험하다고.”
냉혹한 카오리의 결정타에 나유키는 눈물을 가득 머금고 ‘나, 더 이상 웃을 수 없어.’ 라며 어디선가 써먹은 것 같은 대사를 읊곤 ‘케로삐~’라는 말을 외치며 달려 나갔다. (그 뒤로 눈물방울.) 그 모습을 보곤 사유리는 웃었다.
“아하하~ 마이 재밌지?”
시오리와 마이, 미시오가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에 카오리는 아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고 나유키의 뒤를 따라 달렸다. 잠시 후 한 블록 떨어진 곳에서 카오리는 ‘장난이었어~’라면서 베시시 웃으며 자신을 기다리던 나유키에게 단죄(?)를 내리고 눈물방울을 가득 매단 그녀를 끌고 갔다. 나유키는 머리에 난 앙증맞은 혹을 슥슥 문지르면서 한숨을 쉬었다.
“후유, 평소엔 이런 일은 유이치나 마코토 몫이었는데… 요즘은 내가 대신하는 것 같아. 엄마, 떠들썩한 것 좋아하셨는데, 요즘은 많이 조용해졌으니까…….”
카오리는 무언가 약간 이해되는 듯했지만, 조용히 나유키의 말만 들어주었다. 굳이 말해봤자 쓸데없을 뿐이라고 생각됐다. 저 멀리서 시오리와 사유리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일 때쯤에 나유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유이치는 우리 가족이니까, 행복하게 웃어줬으면 좋겠어. 아유도… 저 하늘에서라도 웃어줬으면… 잘 모르겠지만, 왠지 우리에게 일어난 기적은 아유 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카오리는 조금 놀랐다.
“어, 시오리도 비슷한 말을 하던데…….”
“와아, 정말?”
“흐음, 뭐, 정확히는 유이치에게 했다고 하지만. 그때는 특별한 뭘 생각한 건 아니었다는데, 왠지 자기가 말한 사람이 아유가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다고 나중에 얘기해줬어. 두 사람이나 같은 말을 하니 맞는 거겠지.”
아무런 근거가 없는 말이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서 나유키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분명 그런 거야.”
나유키와 카오리가 돌아오는 동안 나머지 네 사람은 까마귀의 거처를 정했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마이가 맡기로 했다.
“.…그럼, 내가.”
“와, 마이 괜찮겠어?”
“…응. ‘적당한 것’이 있어.”
“에? 적당한 것? 우음~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안심이네요.”
“잘됐네요.”
시오리가 잠깐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웃으면서 까마귀를 쓰다듬었고 미시오도 미소를 지으며 까마귀를 바라봤다. 그렇게 일이 나름대로 정리되고 6명+1마리의 대인원은 상점가로 우르르 내려갔다. 여자 셋이 모여도 소란스럽게 된다고 하던가? 비록 조용한 사람이 두 사람 있, 말 못하는 한 마리도 있지만, 활달한 편이라 할 만한 사람이 4사람이었으니 꽤나 쾌활한 이동을 하게 됐다.
“나유키 언니, 방학에 뭐 하실 거예요?”
“응? 그다지… 유이치가 저래서 별 생각은 안 해뒀어.”
“그 자식 엉덩짝을 차주라니까?”
“와앗, 카오리 또 그런 소리.”
“그런 말하는 사람은 싫어요.”
“시오리, 자꾸만 써먹은 듯한 말은 하지 마.”
“으응? 써먹다니요?”
“하아. 일부러 그러니 거?”
“?”
정말 사이좋게 노는 자매였다.
“아하하~ 역시 사이좋은 자매에요. 사유리는 기뻐요.”
옛날에 죽어버린, 그리고 죽기 직전까지는 그녀가 원하던 만큼 행복하게 지내지 못했던 남동생이 있던 그녀로서는 그 자매의 밝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일까? 누구와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그녀였지만, 특히 이 자매하고는 빨리 친해진 것 같았다. 비록 유이치라는 매개가 있긴 했었지만 없더라도 만나기만 했으면 금방 친해지지 않았을까?
“사유리, 이해가 안 돼.”
“아하하.”
그에 비하면 마이는 여전히 사교성이 떨어지는 편에 속했다. 비록 과거에 속박에서는 벗어났지만, 마이는 그 속박에서 이제 시작한 셈이니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마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사람이 있었다는 점일까. 역시 유이치를 통해 만난 아마노 미시오는 마이와 잘 어울렸다. 굳이 서로를 만나려는 것은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정말 잘 어울리는 느낌이랄까.
“아마노 양은 어때요?”
그래서 사유리는 아마노와도 자주 말을 했다. 마이가 자기 외에도 많은 사람들을 사귀었으면 하는 바람이니까. 아마노는 아무 말 없이 그런 사유리의 의도를 잘 받아주곤 했다. 고마운 일이었다.
“저도 특별한 계획은…….”
나유키와 카오리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모두를 좋아했다. 유이치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만난 이들이지만, 어느새 이들은 서로가 깊게 이어져 있었다.
“하아? 다들 어째서 이리 맥 빠진 여름을 보내려는 거야?”
“우뉴~ 그렇다면!”
“옷?”
“이번 방학에 노력해서, 열심히 노력해서!”
“그래, 노력해서?!”
“엄마의 특제 잼의 재료를 알아내는 거야!”
여기서 특제 잼이란 노랗고 기이한 광택이 있으며 특별히 나쁜 냄새는 없고 달지는 않지만 도저히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식품인지 의심되는 그 잼 형태의 무언가를 말한다.
“아하하, 무슨 잼이기에 재료가 비밀인가요?”
“맛있나요?”
“궁금.”
“…….”
이 중에 나유키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그 잼을 맛본 이는 태클을 걸었다.
“…쿠앗! 나유키! 너 그걸 알아서 어쩌자고!”
“에헤~”
“…그런데 궁금하긴 하네.”
“우뉴~”
그 때 시오리가 손뼉을 쳤다. 여름인데도 계속 지니고 싶다며 팔에 걸쳐둔 스톨이 펄럭였다.
“아! 좋은 생각이 났어요.”
“오, 내 동생, 뭔데? 뭔데?”
“겨울엔 눈사람이니 여름엔 모래성이에요.”
카오리는 기대치에 못 미치는 대답에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런 건 흔하잖아.”
하지만 원래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야하고, 시오리는 현실감각이 약간 다른 소녀였다. 아니, 전적이 있는 소녀였다. …비록 이루지 못한 전적(?)이지만.
“…그러니까 높이 10M로요.”
여름의 더위가 갑작스레 사라졌다. 다들 할 말을 잃었다. 잠깐의 해동 시간이 지나간 뒤, 나유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시오리, 그거… 오래 걸리겠지?”
뭔가 핀트가 어긋난 대답이었다. 그리고 어긋난 대답은 또 어긋난 반응을 불러왔다.
“네, 그러니까 여름 방학의 특별한 일이에요.”
확실히 핀트가 안 맞았다. 두 번 어긋난 일이니 더 어긋날 수도 있었다. (근거는 없다.) 게다가 완벽한 마이페이스를 유지하는 사람이라면 그 언행이 그 어긋남을 극도로 증폭시킬 수 있다.
“승락.”
“엣?”
모두들 얼빠진 얼굴로 뒤를 돌아봤다. 그곳에는 대파가 솟아나와 있는 장바구니라는 무언가 바람직하고 상투적인 아이템을 들고 서있는 여성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나유키와 닮았다. (아니, 자매가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수도 있으리라.) 묘하게 침착한 느낌을 사방으로 퍼뜨리는 미소와 한 쪽 뺨에 가볍게 손을 대고 있는 자세. 그녀는 아크데몬미나세 아키코였다. 본격적이라고는 못해도 여름 더위가 있는 날이었지만 그녀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서 있었다. 경이로운 모습이었다.
“에, 그러니까, 엄마. 그거 무슨 뜻?”
미동도 없이 그녀가 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승락.”
시오리가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저기, 모래성이요?”
여전히 핀트는 어긋났지만, 그것이 정답이었다.
“네, 물론이죠.”
장바구니를 부드럽게 내려놓고 아키코는 모두를 바라봤다. 사람이 많은 것을 좋아하는 그녀답게 대인원을 보고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많이들 모이는 일은 흔하지 않잖아요? 그러니 이 기회에 함께 모여서 여름 바캉스를 가죠. 마침 좋은 여행지도 알고 있으니까요. 그 근처에 조용한 해안도 있으니 10m 높이의 모래성도 얼마든지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마이, 미시오, 시오리 세 사람은 순간 같은 풍경을 떠올렸다.
“…나쁘지 않아.”
“…그렇군요.”
“와…….”
다른 사람의 얼빠진 모습과 대조되는 그 모습을 즐겁게 바라보며 아키코는 뒷말을 이었다.
“그런고로.”

꿀꺽.

“유이치 씨 기운도 북돋을 겸…"

꿀꺽!

"…다 같이 놀러가죠.”

결정.
“다들 괜찮죠?”
이미 말려든 이상 벗어날 수는 없다. 그것은 개미가 개미지옥을 빠져나가려는 헛된 시도일 뿐. 미나세 가의 휴가계획은 이미 발동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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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열매 | 2008/07/14 17:30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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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나랏미르 at 2008/07/14 22:23
아크데몬,건재.
그 페이스에 거역할 수 있는 이는 역시나 존재하지 않는건가...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14 22:58
나랏미르 님// 무적입니다. (어?)
Commented by 여니 at 2008/07/14 22:55
흠무 ,,,,, 잘봤어염 ㅇ ㅂㅇb - by 핵나 흐무'ㅠ' 흐무'ㅠ'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7/14 22:59
핵나 님//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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