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7월 13일
[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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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애니로 보셨어도 보는데는 큰 지장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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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자와 유이치는 우울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든 것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마코토는 사라졌지만, 그녀의 소원은 확실히 이루어졌다고 여겼다. 여전히 마코토가 그리웠지만, 그 그리움에 지지 않고 일어서 앞으로 나갈 힘이 있었다. 그 힘의 덕이었는지 그 뒤로 많은 기적이 찾아왔다. 시한부의 삶을 살던 시오리의 병이 ‘기적’적으로 나았다. 그러니 이제 자매는 행복할 것이다. 사라진 과거 속에서 마이와의 추억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녀의 힘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포기했던 그녀를 되살리고,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았다. 마이는 이제 새로운 시간을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어둠속의 과거도 찾아냈다. 나유키에게 사과했다. 그것을 기억해낸 것 또한 사소했지만 그것 또한 ‘기적’이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찾아온 비극을 이겨냈다. 아키코 씨의 교통사고. 그러나 아키코 씨는 무사히 회복했다. 또 다시 일어난 ‘기적’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것들이 비극의 전에 나타난 마지막 반짝임, 마치 죽음 직전에 나타난다는 회광반조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론이 자꾸 그를 괴롭혔다. 그 시작은 마지막 퍼즐 조각이 없는 듯한 상실감이었다.
-왜 아이자와 유이치는 과거를 잊었는가?-
모든 것이 희망으로 가득 차 있는데, 그 마지막 의문의 조각만이 예외였다. 시작은 나유키와의 기억이었다. 어떤 슬픈 일이 있어서 그 날 나유키를 슬프게 만들었다는 것은 기억해냈다. 하지만 그 슬픈 일이 무엇인지 기억할 수 없었다. 조각이 하나 빠져있었다.
그리고… 그 조각을……
봄을 목전에 두고
결국 찾아냈다.
유이치가 바라보고 있는 문에 붙은 표에 한 이름이 있었다.
[츠키미야 아유]
그는 마지막 조각을 찾아냈다. 어린 시절, 전달하지 못한 마음이 너무나도 아파서 도망가 버렸다. 환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추억을 만들고 진실을 잊어버렸다. 과거가 사라진 이유는 자신의 나약한 마음이 만든 환상 때문이었다. 유이치는 이제 진실을 알았다. 유이치는 믿었다. 최후의 기적이 이제 펼쳐질 것이라고. 어쨌든 긴장되는 일이었다. 그의 뒤에 서있는 나유키와 아키코 아주머니도 긴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유이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문을 열었다.
끼익
진실이…
“아, 오셨군요. 아이자와 유이치 씨, 맞습니까?”
머리가 벗겨진 사람 좋아 보이는 의사가 물어왔다.
“예.”
“아, 그 쪽 분은 미나세 아키코 씨군요. 예, 그럼 미나세씨 께서 츠키미야 아유의 현 보호자가 되는 것으로 해두기로 했지요?”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진실이란…
“다행입니다. 정말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인계자’가 정해졌군요.”
“예?”
진실이란 잔혹하고…
“츠키미야 아유의 친족이 없어서 이 상황에 대처할 수 없어서 이리 둔 것입니다만…….”
“아니, 그것보다 ‘인계자’라뇨? ‘보호자’아닌가요?”
진실이란 잔혹하고 가혹했다.
“의학적으로, 츠키미야 아유는 ‘사망’한지 꽤 되었습니다.”
그 뒤의 말은 유이치에게 제대로 인식되지 못했다. 무언가 심장박동이 없다던가, 생체활동이 일절 없음에도 부패라던가 기타 무질서화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라는 설명이라던가, 초자연적인 현상이라 조사하고 싶어도 조사할 방도도 떠오르지 않고, 인권적인 문제도 있어서 어찌할 수 없던 상태였다-라는 식의 이런저런 이야기가 귀로 들어왔지만 단지 들어왔을 뿐이었다. 그러다 한 가지 말이 유이치의 뇌리에 박혔다.
“일단 그녀의 의학적 사망시점은…”
그 뒤로 들리는 날짜는 유이치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그날은…
아유가 소중한 것을 되찾았다면서, 무언가 알지 못할 슬픔을 두른 채 ‘이별’을 고한 날이었다. 유이치는 그날의 광경을 기억해냈다. 불안한 오렌지색의 노을에 젖은 작은 소녀가 있었다. 등에 맨 가방의 앙증맞은 흰 날개도 붉게 물든 채 불안하게 파닥였다.
「찾고 있던 물건… 찾았어…….」
그랬는데… 찾은 결과는 겨우 이런 것이었을까?
유이치는 한걸음, 한걸음 누워있는 소녀를 향해 걸어갔다. 힘없는 말이 흘러나왔다.
“도대체, 무엇을 찾았다고, 그딴 거, 그딴 거…!”
한걸음을 옮길 때마다 잊어버린 기억속이 사정없이 헤집어졌다. 잊어버린 몇 년의 추억들이 그 세세한 부분까지 엄청난 속도로 밀려나오고 재조합됐다. 인형, 소원이 하나 남은 인형. 찾은 거야? 그거야!? 하지만… 찾았지만…! 끔찍한 두통이 몰려왔다. 유이치는 순간적으로 머리를 감싸고 신음했다.
“크윽!”
“유이치!”나유키가 다급히 다가와 그를 부축했다. 아키코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안부를 물었다.
“유이치 씨, 괜찮은가요?”
“…네, 괘, 괜찮습니다.”
유이치는 힘겹게 일어나선 아유에게 다가갔다. 이미 죽었다는 소녀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자는 듯했다. 하지만 숨 쉬는 기색은 없었다. 호흡이 없다. 인형 같았다. 아무리 뚫어져라 보고 있어도 미동도 없다. 작은 꼬마 여신을 애써 표현해놓은 것 같은 살아있는 인형. 수년간 길게 자란 머리카락은 가지런했고,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을 몸은 너무나도 생기 있었다. 하지만 생명은 없었다. 그래도 도저히 죽었다고 믿을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녀에게는 링거도 없었고, 심전도 체크기도 없었다. 그저 누워있을 뿐인 소녀. 그래서 부르면 깨어날 것만 같았다. 유이치는 조용히 소녀를 불렀다.
“아유.”
바람이 불었다.
겨울의 마지막 바람.
얇은 이불이 벗겨진다.
드러난 그녀의 손에는 언제부터 있었는지 알 수 없는 깃털이 하나 쥐어져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녀는 죽음이란 이별 뒤까지 이렇게 남아있는 것일까.
유이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모든 것이 휘날렸다.
붕어빵을 좋아하는 소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소녀.
그렇게 계속해서 기다리고도…
보답 받지 못한,
파닥이는 날개를 등에 가진,
붉은 머리띠,
천사 인형,
2개의 소원은 이루어진,
“아유.”
그리고
그 날 밤
유이치가 듣지 못한
이루어졌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내 마지막 소원은>
<유이치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유이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유이치의 주변도 모두 행복해야만 해요.>
<그러니까>
<세상에 기적이 넘쳐나도>
<그것은 단 하나의 기적>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소녀.
그렇게 계속해서 기다리고도…
보답 받지 못한,
파닥이는 날개를 등에 가진,
붉은 머리띠,
천사 인형,
2개의 소원은 이루어진,
“아유.”
그리고
그 날 밤
유이치가 듣지 못한
이루어졌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내 마지막 소원은>
<유이치를 행복하게 해 주세요.>
<유이치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유이치의 주변도 모두 행복해야만 해요.>
<그러니까>
<세상에 기적이 넘쳐나도>
<그것은 단 하나의 기적>
“아유!”
바람이 불었다.
겨울의 흰 바람.
빛
언제나 올곧은
밝은
순수한
바람이 불었다.
겨울의 흰 바람.
빛
언제나 올곧은
밝은
순수한
침대위에 누워있던 ‘순수’가
진정으로 순수한 빛의 알갱이가 되었다.
기적조차 무색한 광경이었다.
하늘엔 이제 눈이 내렸다.
바람이 불었다.
네모난 하늘을 넘어서 빛무리는 눈을 거슬러 하늘로 올라갔다.
환상.
유이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세상에 남은 아유의 육신이, 아니 그 흔적이 하늘로 올라가고 있었다.
자유롭고
슬프고
아름답게.
“미안! 좀 도와줬으면 해!”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 이제 선명했다. 하지만 정확히 어디에 묻었는지는 모른다. 그래서 유이치는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모두 불렀다. 마이와 사유리는 아직 병원신세라 부르지 않았다. 시오리도 아직 환자라서 제외. 그래도 카오리는 불렀다. 결국 카오리, 키타가와, 나유키가 유이치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었다.
“이쯤, 이 곳 어딘가야!”
파삭, 파삭…
“어이, 유이치! 이거냐?”
“봐봐, 키타가와! 그래… 이 병이야. 맞아.”
병은 낡았고 깨져 있었다. 그런데 그 안에 작고 아직 깨끗한 병이 하나 더 있었다. 유이치는 그 병의 뚜껑을 열었다. 안에 작은 편지가 있었다.
마지막 소원이 필요해진 유이치에게.
미안, 마지막 소원, 써버렸어. 안녕.
행복하게 살기를…
추신. -
추신에 무언가 쓰려다 만 흔적이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하아…….”
시체조차 빛이 되어 사라져버렸고, (의사는 당황해서 난리가 났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수습되긴 했지만.) 이미 그녀의 가족도 아무도 없기에 장례는 미나세 가에서 맡아줬다. 유이치는 몇 번만 봤던 아유를 가족처럼 신경써준 아키코가 정말 고마웠다. 어쨌든 유이치의 바람에 따라 둘만의 학교였던, 숲 속의 베어진 그루터기에 조그만 목판을 걸어두는 걸로 무덤을 대신했다. 목판엔 그녀를 위해 한 가지 희극적 요소를 넣었다.
“하핫…….”
유이치는 그 희극적 요소를 바라볼 때면 그나마 즐거웠다.
“아유, 너도 보면 좋아할 텐데.”
목판은 붕어빵 모양이었다.
“하하하…….”
유이치는 작은 플라스틱 통에서 붕어빵을 꺼냈다. 그것을 우물거리며 유이치는 하늘을 바라봤다. 붕어빵은 바삭하고 따스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던 그는 붕어빵 하나를 더 꺼내 그루터기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멍하니 중얼거렸다.
“줘도 먹을 수 없잖아. 여름인데도 아키코 아주머니께서 붕어빵을 만들어 주셨다고.”
유이치는 하나 더 먹었다. 붕어빵은 먹으면 먹을수록 달고, 맛있고, 슬프고, 따듯했다.
“아유, 그런데 말이야… 너 정말 나 때문에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유이치는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난, 난, 이미 좋아하는 녀석이 생겼다고…….”
유이치의 몸이 떨렸다.
“그 녀석도, 가버리긴 했지만…….”
풀숲에 맑은 액체가 떨어졌다.
“마코토, 나 어떡해야 하지? 응? 마코토… 크흑……. 아유? 마코토? 듣고 있는 거야? 크흑……, 나, 어떡해야 하는 거지? 제기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조용한 숲 속에서 갑자기 푸드덕하는 소리가 들렸다. 유이치는 눈물을 삼키곤 소리가 들린 방향을 바라봤다. 저 멀리서 무언가 떨어지고 있었다. 검었다. 하지만 불길하지는 않았다.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윽고 유이치는 일어나서 숲에서 나왔다.
“잘 있어, 아유. …또 올게.”
그의 몸이 숲을 지나고, 마을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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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 2008/07/13 12:31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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