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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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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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당황해 하는 미스즈의 말을 무시하고 계속 달려나갔다. 이윽고 남자는 모퉁이를 돌아가고, 그 모습은 더는 보이지 않았다. 아유는 고개를 돌려 소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무언가 아쉬움이 있는 것 같았다. 아유는 소녀가 남자에게 무엇을 바란 것인지 궁금했다. 그때 소녀가 아유를 돌아봤다.
“저기…….”
소녀는 아까와 달리 꽤 망설이는 눈치였다. 그러다 갑자기 조금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넌 어때? 정말 밥 정도는 괜찮은데…….”
말끝은 도로 기어들어갔지만.
“아…….”
아유는 좀 망설였다. 이런 친절을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지 고민됐다. 그러나 입술을 꼭 물고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소녀의 모습 보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흔들리는 눈동자를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소녀의 얼굴이 밝아졌다. 기쁜 듯이 웃었다. 아유도 미소를 지었다.
“그럼 라면하고 밥으로 할게.”
“응.”
두 소녀는 제방 위를 나란히 걸어갔다. 어느덧 붉은 태양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이쪽, 이쪽.”
소녀의 머리카락이 마지막으로 남은 붉은빛에 반짝였다. 붉은 황금빛. 찬란하게 빛났다. 천사가 있다면 이런 머리카락을 가지지 않았을까? 아유는 미스즈의 반짝이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걸었다. 보기 좋았다.

타박타박.

가볍게 걷는 발소리도 듣기 좋았-

푸욱-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가, 가오.”
“으구?”
두 사람 모두 소리의 원인에 깜짝 놀랐다. 소녀의 발밑에 시커먼 물체가 있었고, 물컹거리는 그것이 밟히면서 괴상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물체가 그 충격에 반응했다는 점이었다.
“끄어-억.”
두 소녀는 동시에 흰 연기가 그 물체로부터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
“아니야!”
“착시라고!”
두 소녀는 동시에 흰 연기가 그 물체로부터 빠져나갔다는 것을 부정했다. 어쨌든 중요한 구성요소가 빠져나간 듯한 시각효과를 연출해낸 검은 물체는 붉은빛에 물든 채 더 이상의 움직임이 없었다. 두 소녀는 안절부절못하다가 그 까만 덩어리가 미미하게 꿈틀거리는 것을 보고 딱 멈췄다. 아유가 말했다.
“살아있어!”
소녀가 정신을 가다듬더니 아유에게 부탁했다.
“저기, 다리 쪽을 좀 잡아줘. 두 명이라면 어떻게든 옮길 수 있을 것 같아.”
“으응.”
아유가 남자의 발목을 잡고, 소녀는 손목을 붙잡았다. 배 위에 그의 짐이 든 길쭉한 배낭을 올려놓고, 마지막으로 뒷주머니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인형을 배낭 위에 살며시 앉혀 놓았다. 일단 들어 올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두 소녀의 힘은 아무래도 합쳐봐야 별것 없는지 옮기는 모습이 영 시원찮았다. 어쨌든 끙끙대면서 두 소녀는 남자를 옮겼다. 긴 머리의 소녀는 거꾸로 걷고 있는 거라, 중간중간 방향을 잡기 위해 뒤를 돌아봤다. 그때마다 머리카락이 날리며 남자의 얼굴을 간질였다.
“으, 으으…….”
“가오?”
그러나 남자는 몇 번 반복되는 간지럼에도 깨어날 줄 몰랐다. 의외로 소녀의 무신경한 발이 준 충격이 컸던 모양이다.
“혹시 배가 고파서 쓰러진 건 아니겠지?”
아유는 혼잣말을 했다. 소녀는 그것을 듣고 관심을 보였다.
“이 사람 굶었어?”
“그런 것 같아. 조합이란 데서 이야기를 들었어. 큰 주먹밥을 얻어갔다던데……. 그래도 모자라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 종일 인형 찾는다고 풀밭을 헤맸잖아.”
“아, 그거 먹는 거 봤어. 그래서 목마를까봐 주스도 사줬는데 매정하게 버렸어.”
“그, 그래서 나한테 그 주스에 관해 물어본 거야?”
“응.”
소녀는 힘이 드는지 아유에게 부탁해 잠시 남자를 내려놓고 숨을 골랐다. 타이밍을 맞춘다고 했지만 묘하게 어긋나 남자의 머리를 바닥에 부닥치게 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어제저녁에 저 사람을 처음 봤어. 제방에서 자고 있었어. 한가한 건가하고 생각해서, 계속 찔러봤어. 배라던가, 등을 쿡쿡하고. 그래도 전혀 일어날 기미가 없어서, 포기했어. 그때는 아주 지쳤던가 봐. 처음 보는 사람이라서 지낼 곳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어. 그래서 집에 들고 가면 어떨까 했는데, 무거워서 불가능했어. 지금은 다행이야. 두 사람이 있으니 옮길 수는 있네.”
“아하하…….”
아유는 허탈한 웃음을 내며 다시 남자의 발목을 잡았다. 오랜 여행 때문인지 그가 입은 청바지는 꽤 낡아 있었다. 헤졌지만, 여전히 질긴 천의 감촉이 손으로 느껴졌다.
“하나, 둘, 셋~”
“가오~”
“우그~”
한참을 남자를 들고 가고 있으니 힘들었다. 어느새 길은 비탈로 바뀌어 있었다. 경사가 생기니 좀 더 힘들어졌다.
“우그…….”
“조, 조금만 더, 가오~옷!”
순간 손에 고인 땀 때문에 소녀가 남자를 놓칠 뻔했다. 다행히도 남자의 머리가 바닥에 부딪히는 참사가 일어나기 전에 손을 수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조금을 더 가고 난 뒤에 소녀의 입이 열렸다.
“여기.”
아유는 소녀의 뒤에 있는 집을 바라봤다. 문패에 <카미오>라고 씌어 있었다. 아유는 무심코 문패를 읽었다.
“카미오.”
“응?”
소녀가 대답했다. 이름을 부르는 걸로 착각한 것 같았다.
“아, 카미오라고 부르면 되는 거야?”
“카미오 미스즈, 미스즈라고 불러줘.”
“미스즈?”
“응. 카미오도 좋지만, 미스즈가 더 좋아.”
“그렇구나. 아, 나는 츠키미야 아유, 나도 그냥 아유로 불러줘.”
소녀는 이름을 듣고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응! 아유. 그럼, 렛츠 고~”
아유는 문득 다른 가족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의문을 말하려고 하는 순간, 미스즈가 먼저 의문을 해결해줬다.
“집에는 나하고 엄마뿐. 돌아오는 것이 늦으니까, 괜찮아.”
“아, 응.”
“그러면 다시 한 번 렛츠 고~ 다녀왔습니다.”
미스즈는 아무도 없는 집의 현관을 지났다. (남자의 두 손목을 잡은 채로.)
아유도 그 뒤를 따랐다. (남자의 두 발목을 잡은 채로.)

마루에 검은 남자를 내려놓고 나서야 아유는 집안을 둘러볼 여유가 생겼다. 눈으로 조용하고 아담한 시골집의 내부가 들어왔다. 귀로는 공룡 모양의 풍경이 내는 잔잔하고 맑은소리가 들어왔다. 아유는 입을 살짝 벌린 채로 고개를 돌려 집안을 봤다.
“이렇게 된 집도 있구나.”
아유에게 미스즈의 집은 신기한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살던 집을 빼면,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은 역시 유이치가 살던 미나세 가였는데, 그 깔끔하고 현대적인 집과 이 집은 완전히 다른 세계 같은 느낌이었다.
“신기해…….”
“편히 쉬어요~ 금방 밥할 테니까.”
미스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아유는 홀로 마루에 남겨졌다. 가만히 앉아 있자니 그것도 어색했다. 아유는 조심스럽게 전화기로 다가갔다. 아주 오래된 것이었다. 미나세 가에 있던 버튼식 전화기도 쓸 줄 모르던 아유였기에 이런 형태가 익숙하긴 했지만, 너무 낡아 보였다.  
“그래도 전화는 되겠지.”
아유는 관심을 끊고 자리에 앉았다. 더위가 몰려왔다. 해는 이제 떨어졌지만, 이 마을의 여름은 눈 내리던 마을의 겨울에 비견될만한 것인 듯했다. 선풍기가 보였다. 아유는 부엌 안에 있는 미스즈에게 물어봤다.
“저기, 선풍기 써도 돼?”
“응~ 써도 돼.”
네모난 베이지색 버튼을 누르자 낮게 모터 소리가 들리고 팬이 회전했다. 아유가 얼굴을 정면으로 대자 바람이 땀을 식혀줬다.
“하햐햐아- 시이워원하아다아아아.”
선풍기 바람 때문에 말은 이상하게 변했다.
“우그르릇~”
아유는 그냥 선풍기를 등졌다. 마룻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한동안 아유는 바람을 쐬며 여전히 기절상태인 그 남자를 바라봤다. 가슴 부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살아있는 것은 확실했다. 한 번 쿡쿡 찔러봤다.
“으…으……! 라면세트!”
“우긋!”
갑자기 남자의 상체만 벌떡 일어나 라면세트라고 외쳤다. 아유는 갑작스러운 외침에 놀랐다. 하지만, 사실 놀라운 건 저 남자의 복근이었다. 저런 엄청난 움직임이 가능한 인간은 별로 없으리라. 그러나 뒷마무리는 정말 형편없었다.

쿵!


머리가 정통으로 바닥과 충돌했다
“…….”
확실하게 도로 기절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우와앗!”갑자기 부엌에서 당황한 미스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유는 황급히 일어나 부엌으로 달려갔다.

푹.

“끄윽!”
중간에 발에 물컹한 것이 밟혔지만 아유는 미처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다급하게 부엌으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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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열매 | 2008/06/18 17:39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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