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NON&AIR]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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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는 카논과 에어에 대한 심각한 네타가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카논과 에어를 올클리어 한 분을 위한 이야기이니 이 점에 주의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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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눈매가 고약한 남자는 이마의 땀을 훔치며 한탄했다. 아유도 허리를 펴고 기지개를 켰다. ‘으구웃’ 하는 소리와 함께 허리 쪽에서 ‘뚜둑’ 하는 소리가 난다. 소녀는 소리를 듣고 ‘니하핫’ 하고 웃으며 자신도 몸을 쭈욱 폈다. 소녀가 ‘가오’ 하는 소리를 냈다. 역시나 ‘뚜둑‘ 하고서 소리가 났다.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어느샌가 해가 저물 때였다. 붉은빛이 세상을 가득 메웠다. 남자는 따듯한 빛에 물든 두 소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는 긴 머리의 소녀에게로 다가갔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녀의 이마에도 땀이 흥건한 것이 보였다.
“저기 말이야, 이제 됐어. 지쳤잖아?”
남자는 아유에게도 한마디 했다.
“너도 됐어. 이제 관람료 달라고 안 할 테니까, 정말 수고해줬다고. 네 볼일이나 보러 가.”
“괜찮아요. 발견할 때까지 찾을게요. 소중한 물건이잖아요.”
아유도 땀에 전 손을 다시 한 번 꼭 잡고 말했다.
“나도요! 소중한 거니까. 니하핫.”
남자는 좀 망설이는 눈치였다. 고약한 눈매도 저런 표정이니 좀 나아 보였다.
“소중한 물건인 건 맞지만…….”
“어디서 떨어뜨리신 건가요…”
부스럭부스럭하는 소리를 내며 소녀는 다시 덤불 속으로 허리를 굽혔다.
“아니, 떨어뜨린 게 아니야.”
“에? 그럼 어떻게 잃어버린 거에요?”
“…….”
남자는 갑자기 입을 굳게 다물었다. 무언가 숨기고 싶은 듯해 보였다. 정말로 감정이 겉으로 잘 드러나는 남자였다. 그 모습에서 아유는 과거의 일을 기억해냈다. 아침에 봤던 꼬마애의 강 킥.
“아! 그러고 보니!”
“거기까지!”
“우긋?”
“가오?”
남자는 손을 뻗으며 필사적으로 아유의 ‘증언’을 막았다. 그러나 숨겨봤자 소용없다는 것을 금방 깨달았다. 남자는 이내 무릎을 꿇고 처절한 모습으로 엎드렸다.
“말해도 돼…… 크윽!”
아유는 그제야 진실을 말했다.
“그러니까, 꼬마 애들이 뻥-하고 차서.”
“우음~ 뻥-”
소녀가 그 소리를 흉내 내며 시선을 위로 옮긴다. 시선이 저 멀리에 있는 하늘까지 옮겨간다.
“아, 있다!”
“엣?”
“뭣?!”
두 사람이 소녀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을 바라봤다. 그 앞에는, 나무가 있었다. 때까치가 나뭇가지에 꿰어놓은 먹이를 노리듯이 나뭇가지 끝에 찔려 있는 인형 주변에서 날개 치고 있었다. 아유는 황급하게 달려갔다. 남자보다 훨씬 빨랐다. 유령이라서 그런 걸까? 어딘가에는 덜렁이 유령도 많으니 믿음은 가지 않았지만, 여하튼 빨랐다.
“으구~ 안 돼~ 그건 먹을게 아냐!”
아유의 소리를 듣고 까치들은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아유는 능숙하게 나무 위로 타고 올라갔다. 위험하게 보여서 밑에 있던 두 사람은 불안하기도 했지만 아유는 거침없이 나뭇가지로 다가가 인형을 구해냈다. 그러나 아유는 내려오지 않고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남자가 아유에게 질문했다.
“어이, 너 뭐 하는 거야?”
아유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인형을 잡은 순간, 눈앞에 보인 바다에 마음을 뺏겼기 때문이었다. 붉게 일렁이는 푸른 파도. 희게 부서진다. 끝없는 수평선. 붉고 희고 푸르게.
“아름답다…….”
아유는 과거를 떠올렸다. 높은 나무 위에서 바라본 눈 내리는 마을의 풍경만큼이나 이곳의 바다는 아름다웠다. 파도에 부서지는 붉은빛의 파편들이 춤춘다. 뒤를 돌아보면 소박한 마을이 생긋 웃고 있지 않을까. 그 나무보다 높이는 좀 작았지만 상관없었다. 저 멀리에서 불어오는 소금기 있는 바람은 따스하고 간지럽다.
“저기, 내려올 수 없는 거야?”
머리가 긴 소녀는 아유가 멍하니 인형을 쥔 채 계속 내려오지 않자 혹시나 싶어 걱정스러운 듯 물어봤다. 그제야 아유는 정신을 차렸다.
“아, 아니야. 난 나무타기가 특기라고. 에, 떨어진 적도 있지만… 우굿…….”
“괘, 괜찮은 거야?”
“우긋? 아, 으, 응.”
아유는 재빠르게 내려왔다. 그리고 남자에게 인형을 건네줬다.
“음, 고맙군. 위험하게도 먹혀버릴 참이었어……. 하지만, 너무 얕봤었군. 꼬마의 발차기 실력을…….”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라며 남자는 끊임없이 중얼거렸다.
소녀가 남자에게 생긋 웃어 보였다.
“다행이네요.”
“으응, 다행이야. 네 덕이야. 아, 물론 거기의 꼬마도.”
“꼬마가 아니에요! 그래도 고등학생…인데!”
아유는 문득 실제로는 중학교 졸업도 못했다는 것을 떠올렸지만, 곧 무시했다. 어쩔 수 없었다고 속으로 투덜대면서.
“아, 그러냐?”
소녀는 그 대화를 즐거운 듯 바라보다 활기찬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이걸로 놀 수 있게 됐네요.”
한창 아유보고 작다고 놀리던 남자가 고개를 돌렸다.
“누구하고. 이 인형하고 말야? 그건 너무 쓸쓸하다고.”
“으으응. 아니에요. 나하고. 얘하고.”
소녀는 자신과 아유를 가리키고 있었다. 남자는 당황한 모습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남자의 머릿속이 빙빙 돌아갔다.
‘저 꼬마는 나랑 같이 내렸으니 이곳 사람은 아니고, 설마 그저 놀고 싶어서, 놀 사람을 찾으려고 하루를 버려가며 온종일 쨍쨍했던 햇빛 아래서 물건 찾기를 도왔다고 하는 건가? 그건 마치 어린애 같잖아? 역시, 뭔지 모를 속셈이 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데. 저 꼬마는 그럼 뭐지? 그냥 걸린 건가. 뭔가 나사 빠진 것 같기도 하니까. 음, 그런 것 같은데. 떠보자.’
남자는 대충 생각을 정리하고 입을 열었다.
“논다니, 뭘 하고 노는 건데?”
소녀는 시선을 위로 올리고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러니까, 모래사장에서 노는 거예요. 다 같이 달리기를 하거나, 서로 물을 끼얹거나 하면서.”
내용은 그 자체로 애들의 놀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어지는 게 있었다.
“내일 또 만나, 하면서 헤어지는 거예요.”
“그건… 친구잖아.”
“친구네.”
아유도 한 마디 덧붙였다.
소녀는 잘 알아줘서 기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친구. 우리는, 친구.”
“아냐, 아까 만났을 뿐이잖아. 맞아, 아까 주웠던 투구풍뎅이. 그거하고 놀도록 해. 끝이 갈라진 뿔이 멋진, 근사한 놈이잖아.”
“그 애는 말이에요, 부부였어요. 암컷 투구풍뎅이하고 어딘가 가버렸어요.”
“어 정말?”
아유가 궁금한 듯이 물었다. 남자는 그것을 무시했다.
“그래, 그거 유감인걸…”
“응, 유감. 그러니까 놀아요.”
“…….”
“놀고 싶은걸~”
남자는 이것저것을 생각했다.
‘지금 딱 잘라 거절하면 울어버릴까. 그것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 도왔던 나는, 대체 뭘 한 거지, 하고.’
그래도 저런 어린애 투정 같은 것을 받아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는 대충 둘러댔다.
“저기 말야, 다음 용무가 생겼어. 지금 생각이 났어.”
“아, 그렇구나.”
“으응. 그러니까 나중에 보자고, 라고 하지만, 이 마을에 오래 있을 생각은 없으니까, 두 번 다시 볼 기회가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저 애랑 노는 게 어때? 또래잖아?”
“그래도 친구는 많은 게 좋은데, 조금 유감이네. 니하하…”
소녀는 조금, 슬픈 듯이 웃었다.
“아, 만약에… 만약, 다음 일도 도울 수 있으면, 나, 도울게요.”
“벌써 늦은 시간이야. 돌아가.”
“엄마는, 밤늦게 돌아오고, 화내지 않으니까. 그리고 친구도 있으니 괜찮아요. 안 무서워요.”
“으구?”
소녀는 아유의 팔을 붙잡고 웃었다. 아유는 소녀의 팔이 아주 조금, 아주 조금 떨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도울게요.”
아유는 소녀가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왜 이리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살갑게 다가오는 것인지, 아니 필사적으로 다가가려 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물론 자신도 그런 적이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더한 것 같다. 자신은 이렇게나 생면부지의 남이면 좀 힘들다. 그리고 몇 달간 세상을 헤매면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자신이나 소녀 같은 정도만 해도 정말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자신이야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아니니 그렇다고 대충 넘겨도 이 소녀는 왜 이리 희한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인지 의아했다. 그냥 원래 그런 사람인 걸까, 아니면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다음 일은 말야, 돈을 버는 일이야. 그러니까 이젠 어린애의 손은 방해될 뿐이라고.”
“어째서 돈인 거죠. 있어요? 가지고 싶은 게 있는 거예요?”
“있어. 절실히 필요한 것이 있어.”
“어떤 거죠?”
유수처럼 흘러나오던 남자의 말이 멈췄다. 갑자기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으굿?”
아유의 목소리에 남자 자신도 놀란 듯 흠칫 물러서더니 쓸데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차가 사고 싶어.”
“차?”
“응. 고급 외제차야. 지붕이 없는 거 말야. 산다면 여자를 옆에 태우고, 드라이브를 나갈 거야. 생각만으로 하악하악이라고. 요즘 잘나가는 중이라니까~”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에 남자는 소녀 쪽을 천천히 돌아봤다.
“아, 투구풍뎅이.”
쭈그리고서, 놀고 있었다. 옆에는 머리가 짧은 소녀도 있었다.
“두 마리나 있네. 부부다, 부부~”
혼자서 꺄아꺄아 거리면서 호들갑을 떨고 있다. 좀 더 작은 소녀는 잠깐잠깐 남자 쪽을 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남자가 신경쓰이는 것인지 벌레가 꺼림칙한 것인지 애매모호했다.
“…너, 돌아가.”
“사이좋게, 사이좋게. 정말 사이좋지?”
“듣고 있지 않잖아…”
“하지만, 사이좋으니까, 식구끼리 오붓하게. 바이바이~”
이별하고 있는듯했다. 그것을 끝내고 일어서서, 남자의 얼굴을 본다. 그제야 소녀에게 강제로 벌레와의 놀이를 강요(?)당한 아유도 남자를 바라봤다. 왠지 불안해 보였다.
“에또… 뭐하던 도중이었더라.”
“네가 나에게 저녁식사를 사주던 도중이었어.”
“아, 그런가. 충분할까… 이번 달, 용돈도 이젠 조금 남았고… 미스즈 찡, 핀치.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되어 버린 거죠?”
“글쎄~”
남자가 아유에게 무언의 눈빛을 보냈다. 사나운 눈매의 위력이 먹혔는지 소녀 뒤의 아유는 입을 두 손으로 막았고 남자는 만족의 눈빛을 보냈다. 그러나 소녀는 스스로 정답을 찾았다.
“아……. 혹시 또 거짓말한 거예요?”
남자는 그 반응에 한숨을 쉬더니 당당하게 말했다.
“했어.”
“어째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걸까…”
소녀는 또 눈물을 글썽였다.
“사실을 말해주세요.”
“너하고는 관계없을 텐데.”
남자는 소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그럼 이만. 신세 졌어.”
“아… 밥.”
남자의 움직임이 석상처럼 굳어버렸다.
“…….”
“밥 같은 건, 어떡할 거예요? 괜찮다면, 우리 집에서 먹지 않으실래요?”
남자는 퓨웅! 하고 소리가 날 정도의 눈매로 소녀를 돌아봤다.
“진짜야?”
“응. 진짜.”
“상대가 상대라고. 묘한 은혜를 베풀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남자의 머릿속에서 몸 상태에 대한 계산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저녁때도 똑같이, 길가에 쓰러지게 되겠지. 이번에는 농협조합에 업혀가서, 외양간에서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겠는데. 어느 쪽이 좋을까.’
소녀의 목소리가 남자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먹고 싶은 것이 있다면, 뭐든지 말해주세요.”
“라면세트.”
생각하기도 전에, 입이 움직였다. 그 빠른 대답에 아유도 당황해 했다. 그러나 금세 이해했다.
‘저렇게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아, 나도. 붕어빵.’
아유가 라면세트와 붕어빵의 관계에 관해 고찰하기 시작한 것에 관계없이 두 사람의 대화는 계속되었다.
“니하하, 저희 집은 라면가게가 아니에요.”
“라면하고 밥.”
“응, 그거라면 할 수 있어요.”
‘…기다려. 먹을 것 따위에 걸려들면 안 돼. 이게 무슨 유치원생 유괴도 아니고.’
남자는 강하게 결심했다.
‘게다가 다른 꼬마 애까지 있다. 이건 좀 곤란해. 보통 꼭 이럴 때 어쭙잖은 오해를 사는 경우가 생기니까 말이야. 하지만, 아깝다. 크윽! 하지만, 난 초인이다! 크으!’
“그럼 이만.”
남자는 다시 등을 돌리고 필사적으로 달려나갔다. 등 뒤에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무시하고 힘차게 반대방향으로 달렸다.
“와, 주문까지 했는데 돌아가 버리는 거예요?”


간만에 업데이트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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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풀잎열매 | 2008/06/14 11:52 | ┗몇 번째의 여름 이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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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스바로그 at 2008/06/14 14:50
잘 보고 갑니다. 아유의 존재가 어떤 변수가 될지 기대되네요.
Commented by 풀잎열매 at 2008/06/14 15:01
스바로그 님// 아유는 중요합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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