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 전에.
1. 내용누설에 주의바랍니다.
2. 이 글은 타입문넷 이벤트를 통해 노블엔진에서 무료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네, 압니다. 제목부터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라니. 하지만 되도 않는 어휘력으로 이 책에서 받은 인상을 표현하려고 최선을 다해 고민한 결과가 저겁니다. 저 단어로도 깔끔하게 정리되는 건 아닙니다만, 여하튼 그런 느낌입니다.
전 요즘 들어선 ‘한국형’ 라이트노벨이라는 건 애초에 있을 수도 없는 물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국형 라이트노벨이란 개념을 생각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3가지 요소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하고 여깁니다. (당연히 이건 정답도 아니고, 객관적인 것도 전혀 아니기에 각각에 대해서 해설이 좀 필요하겠지요)
1. ‘비현실’적이고 ‘만화풍의 흥미본위’적인 소재의 자유로운 사용.
여기서 ‘비사실적’과 ‘비현실적’은 구분되어야 합니다. 제가 말한 ‘비사실’은 우리가 사는 현실의 일이 아니라는 의미로, 극사실주의라고 하더라도 허구의 이야기인 이상 ‘사실’이 아니라는 개념입니다. 즉, 세상에 존재하는 소설은 기본적으로 비사실적인 이야기라는 거지요. (이게 제대로 된 개념이 맞는지 헷갈리네요. 끄응... 일단 이대로 갑니다-_-;)
결국 ‘비현실’이란 단순하게 요약하면 ‘판타지’라는 겁니다. 흔히 이 바닥(?)에서 말하는 소드&매직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계의 법칙과 구조’를 무시하는 환상적인 소재라면 뭐든지 ‘비사실적’이라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이건 필수는 아니고, 라이트노벨이라면 일단 이런 요소가 얼마든지 허용되는 장르다- 이겁니다.
그러나 이렇게 따졌을 때, 이건 판타지나 SF같은 장르문학에서도 얼마든지 등장하는 것이고 요즘에는 경계문학이라고 해서, 순문학적인 가치를 가지면서도 얼마든지 현실을 비트는 소재를 들여오는 게 많지요. 이 부분에서 라이트노벨만의 차이점이 필요한데, 전 이게 ‘만화풍의 흥미본위’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경우 ‘만화’는 미국 쪽의 그래픽 노벨 같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망가 쪽에 가까운 개념이지요.
이때 라이트노벨이 만화적인 특징을 가졌다는 것은 다시 두 가지로 썰어볼 수 있는데, 우선 라이트노벨이란 장르는 순문학처럼 인간에 대한 탐구 같은 거창한 것을 주 목적으로 두는 게 아니라 말초적인 자극을 주는 것을 우선하는 소비적 글이라는 사실, 그리고 두 번째로 대상 독자층은 한국인이지만 일본식 서브컬쳐 문화에 익숙하다는, 혹은 쉽게 익숙해질 수 있다는 가정 하에 만화적인 특성을 거리낌 없이 이용한다는 겁니다.
대체적으로 이건 ‘한국’과는 크게 관계가 없습니다만, 이걸 하나하나 따지면 밑도 끝도 없는 논쟁만 남으니 일단 ‘대략 그런 느낌’이라는 무책임으로 봉합하고 넘어가지요. 애초에 라이트노벨에 대한 깊은 분석을 하는 게 아니라 감상글을 위한 서론을 푸는 것뿐이니까요. (어이)
2. 일반적으로 ‘라이트노벨’적으로 인식되는 이야기 구조.
이것도 1번과 마찬가지로 굳이 ‘한국’이라는 범위와는 무관합니다만, 어쨌든 근본적으로 한국형 라이트노벨도 라이트노벨인 건 매한가지니 일단 언급해보죠. 요건 일단 제가 일본 쪽의 원서를 읽을 능력이 없다는 것과 관련 있는데, 제가 읽어왔던 일본산 라이트노벨은 모두 한국어로 번역된 물건이었고, 대다수는 구조적으로 유사함을 가지고 있었다는 게 기본 아이디어입니다. 그렇다면 그 구조는 대체 뭔가 하면,
[일상적인 세계에서 주인공이 존재한다. 혹은 주인공의 일상이 달라지는 사건이 일어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주인공의 상식선에서 존재하는 변화다] -> [그런 일상에 어떤 사건이 일어난다. 덧붙여 일상이 무너지는 그 사건 속에서 히로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 [사건이 진행되며 주인공은 사건에서 빠져나가(도피는 돌파든)려고 한다] -> [그런데 알고 보니 주인공은 사건의 진정한 면모를 모르고 있었다! 이런 젠장!] -> [어찌어찌해서 진정한 의미에서 사건을 해결한다. 하지만 뭔가 떡밥은 남아있으니 그건 나중에.]
...죄송합니다, 너절하군요.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쨌든 전 이러한 [일상]->[사건]->[반전]->[해결]의 구조는 기승전결의 구조와도 뭔가 다른 라이트노벨의 장르적 특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한국의 라이트노벨 시장은 그런 구조가 먹히고 있는(최소한 공급자가 판단하기에 팔릴 것이라 여겨지는) 상태이기에, 한국형 라이트노벨도 이런 구조를 따라간다고 생각합니다.
3. 한국인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
마지막이야 말로 흔히 말하는 ‘한국적’의 본질 같기는 한데, 이게 좀 애매합니다. 한국적 소재라는 게 진정한 의미로 한국적인 분위기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일본의 라이트노벨의 본질을 유지한 채 ‘한국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한 껍데기’로 쓰이는 것인가? 글쎄요. 여하튼 뭉뚱그려서 이런저런 것 다 퉁쳐 두지요.
어쨌든 소재 면에서 한국적 라이트노벨은 그 근본적 목적은 둘째 치고, 한국 사람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소재를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미얄 시리즈에서 등장하는 ‘탈바꿈’의 개념이 있겠군요. 한국의 탈이라는 소재를 소설내의 설정으로 녹여내 라이트노벨적인 판타지를 구현한 거지요.
자, 여태까지 횡설수설 뭣 같은 서론이 너무나 길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헛소리가 필요했는가? 제가 ‘야간자유학습’을 읽고 느낀 이 기괴막칙한 느낌을 어떻게든 정리하려면 어떤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기준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이런 치졸한 설명이 아니고서는 그걸 표현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도대체 이것은 한국의 학교인가?’라는 느낌이었습니다. 전 설덕스러운 기질이 있어서 소설 속에서 상황과 설정의 괴리가 너무 심하면 고통과 짜증을 느끼는(...)인간인데, 그렇다고 개그에 다큐로 맞서는 건 아닙니다.
‘사실’은 아니라도 적당한 서술이나 설정은 소설 내의 ‘비사실’을 소설 속의 ‘현실’로 만들어 줍니다. 예를 들어 ‘풀메탈패닉’은 위스퍼드라는 개념을 이용해 SF적인 요소를 20세기의 배경에 녹여냈고, 꼼꼼하게 만들어진 암 슬레이브의 설정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소설 내의 묘사를 통해 우리의 현실에선 아무런 쓸모가 없는 인형병기를 그 세계의 현실에서는 강력한 병기로 안착시켜 소설의 사건들을 독자들이 받아들이게 합니다.
반대로 개그물에서는 설정이 아니라, ‘넘쳐나는 부조리’가 상황을 인정하게 만듭니다. 흠, 아무래도 냐루코가 좋은 예가 될 것 같군요. 생각해 보세요. 냐루코는 대놓고 러브크래프트를 능욕(...)하고 온갖 패러디로 떡칠을 하다못해 이야기를 범람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거기에다 대고 ‘말도 안 돼!’라며 딴죽을 걸진 않습니다. 그냥 낄낄대는 거지요.
그런데 ‘야간자유학습’에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배려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줄줄 읽어나갔을 때, 왜 이 학교에 야자를 쨀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경기가 존재할 수 있는지, 도대체 왜 이딴 경기가 이루어질 수 있는지 납득을 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 이런 부분에서 불만을 느꼈던 책은 ‘개와 가위는 쓰기 나름’이었는데 ‘야간자유학습’은 거기서 느꼈던 답답함보다 더 큰 답답함을 줬습니다. 하다못해 개가위는 사람이 개가 된 상태니 다른 기현상이 더 일어나도 그려러니 하는 면이 있는데, 야간자유학습은 그런 것도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개그물답게 대범한 방식으로 달려가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이 세계의 다른 학교는 평범하지만, 이 학교만은 그렇습니다’라고 밑도 끝도 없이 받아들이라고 강요하는 느낌이었지요. 개그물인데, 배경부터 납득을 못하니 제대로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그 다음으로 위화감을 느꼈던 만화적인 인물 조형이었습니다. 이건 앞서와 이어지는 건데, 이 책에서 묘사되는 학교는 기본적으로 한국에 있을 법한 학교입니다. 단지 야자 관련된 부분만이 미쳐 돌아가는 거죠. 최소한 전 그런 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들어가는 인물들은 대놓고 일본식 만화의 문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입니다. 으악. 어색해.
아, 저 합법로리 좋아요. 쌍둥이도 좋아요. 누님은 그냥 그렇지만... 뭐, 넘어가고.(응?)
근데, 이런 식은 아니잖아요? 한국 학교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코스프레를 한 애들이 한국인인 척 하고 뛰어노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게다가 개그요소들이 하나같이 일본산이란 말입니다! 일러스트에 Q선생이 등장할 정도면 할 말 다했지요. 아, 분명히 말해두겠는데, 이런 상황 자체는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으면 상관없어요. 문제는 그게 절 납득하게 만들지 못해서 마음속에서 ‘이거 재밌는데!’하는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겁니다. 헛웃음과 함께 그냥 여기 한국 맞음? 이 생각이 자꾸 들어요. 덧붙여서 쌍둥이의 경우는 ‘시로사키 리리스’의 느낌이 너무 강했습니다...우연인지 의도인지는 모르겠는데, 의도라면 이건 위화감 증폭만 일으킨 실패라고 생각합니다. (일상물에 이능력자가 엉뚱하게 끼어든 괴한 느낌마저 듭니다)
정리하자면, 재미를 느끼려면 기본적으로 상황에 공감을 하고 사건에 웃어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공감이 안 되니 애들이 무슨 짓을 해도 엇나가 보인다는 겁니다. 으악.
문제는 계속됩니다. 개그 장르라는 특징과 동시에, 최근의 트렌드를 따라 이 책의 문장은 굉장히 만화적입니다. 단문이 많고, 개행이 많다는 거죠. 근데 문제는, 이게 지나치다고 느껴졌단 겁니다. 물론 문장 길이에 대한 것은 취향이 많이 작용하고, 만화에 익숙한 독자층을 가진 라이트노벨은 짧은 문장을 바람직하게 보는 경향이 분명 있습니다마는- 그래도 이건 만화는 아니고 글입니다. 속도감을 위해 너무 문장을 희생시켜 ‘돈값’을 못할 정도로 활자가 적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그래도 이건 개인 취향이니 앞서에 비하면 치명적인 건 아니지요. 하지만 다음은 좀 치명적이라 생각됐습니다.
다음으로 이 책에서 불만족을 느낀 건 ‘구조’입니다. 아까 서론으로 횡설수설한 내용 중에 [일상]->[사건]->[반전]->[해결]의 구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네, 이 책도 기본적으로 이런 구조입니다. (물론 반전의 방향성이 사건이 아니라 주인공에게 있었습니다만, 이것도 그렇게 보기 힘든 건 아닌지라...)
왜 구조에 불만을 느꼈냐하면, 반전 요소를 통한 주인공의 ‘극복’이 야간자유학습의 본질인지, 아니면 로리콘 드립을 팍팍 쳐대며 온갖 일본산 패러디의 향연으로 난리를 치는 게 본질인지 알 수 없게 되었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미 삐걱댄다고 느꼈지만, 그래도 끝까지 막가버렸으면 그 나름대로 뭔가 괴식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학원키노라던지!) 하지만 억지로 라이트노벨의 구조대로 무언가를 전하려고 하다 보니... 이도 저도 제대로 다가온 게 없더군요.
전반적으로 이 책의 문제는 억지로 ‘한국적 소재’를 가져왔던 게 근본적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후기에서 저자도 언급했듯이, 야자라는 소재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지고 사용된 것이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보니 선택한 것이죠. 그게 나쁜 건 아닙니다만, 이 책은 결과적으로 소재를 제대로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세상 모든 책은 명작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되지요. 저속하기 짝이 없는 것을 의도적으로 노리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글은 그 나름대로 자신의 위치가 있습니다. 반대로 더럽게 머리가 아파서 이게 즐기라고 쓴 건지, 보고 절망하라고 쓴 건지 알지 못할 글도 나름대로의 위치가 있습니다. 아니면 그런 요소를 당의(糖衣)로 싸서 극단적인 내용 안에 메시지를 담아주는 이야기도 좋습니다.
하지만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그 중의 어떤 이야기도 되지 못합니다. 제가 이 책을 ‘상큼새콤한 청국장 셔벗’라고 표현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야자를 째기 위해 경주를 한다, 라는 개그물을 기대하게 하는 내용이지만 막상 다가가 보면 그런 건 아무래도 좋고 온갖 것이 뒤섞인 괴한 개그가 조화롭지 못한 배경에 둥둥 떠다니는 걸 보게 됩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 갔더니 셔벗밖에 없는, 완전히 틀린 것 아니지만 뭔가 속은 듯한 느낌입니다. 거기에다가 메뉴판에 적힌 것은 셔벗인데 청국장 맛이라는 이해 못할 상황. 좋아, 이래저래 속았지만 그렇다면 그 나름대로 괴상한 세계에 가 주마! 하고 달리니 개그를 감동으로 봉합하려는 상황이 나오지요. 완전히 청국장 맛 셔벗을 각오하고 입에 넣으니 청국장 맛이 아닌 상큼새콤이라는 뭔가 아스트랄한 맛이 나는 것에 뭐라 할 말이 잃어버린 상황. 뭐, 그런 느낌의 한 권이었습니다.
불쏘시개다!!!!!라고 생각되지는 않았습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돈 주고 2권을 사보겠다고 하면 전 고개를 저을 책이었습니다. 이런 괴식(?)특유의 맛은 분명 있습니다만, 그건 다른 데서도 얼마든지 대체재를 찾을 수 있는 거거든요.
근데 어쩌면 한국은 이런 걸 원하는 세상이 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거 노블엔진 2회 대상이니까요. 이게 먹힌다고 판단했으니 대상을 줬겠죠.
...아, 모르겠다.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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